호텔은 1800년대 말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되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일본의 호텔들과 비슷한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본과 우리나라 호텔이 갖는 공통점은 개항으로 인해 왕래가 빈번해진 외국인들을 위해 도입된 숙박업소였다는 점입니다. 즉, 초기의 호텔들은 내국인들을 위한 시설이 아니었고, 내국인들의 출입이 제한되는 경우도 비일비재 했습니다. 물론, 내국인들을 위한 숙박업소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새로 도입된 호텔과 철저하게 분리되어 존재했을 뿐입니다. 이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생겨났던 서구의 호텔들과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부분입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1960년대 들어 외화벌이를 위한 관광산업 육성을 추진하던 때에도 이러한 특징은 유지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머무르는 미군들의 위락시설로 워커힐 호텔 건립이 추진되었고, 미국의 아메리칸 항공과의 합자를 통해 조선호텔의 신축이 추진되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1970년대 민영화가 추진되던 당시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외화벌이라는 대전제가 유지된 상태에서 노후화된 시설의 현대화와 현대적인 시설을 신축하기 위해 민간 자본을 끌어들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워커힐을 인수한 선경개발은 대규모 호텔 타워를 증축하여 글로벌 브랜드 쉐라톤을 도입했고, 반도호텔을 인수한 롯데는 대규모 호텔을 신축하며 면세점을 설치했습니다. 외국인의 발길이 잦았던 영빈관을 인수한 삼성은 마찬가지로 대규모의 신라 호텔 타워를 증축했습니다. 여기에 일본 자본까지 가세하여 남산에 대규모 호텔을 건립하고 글로벌 브랜드인 하얏트를 도입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던 호텔에 출입하는 내국인은 제한적이었는데, 대체로 외화벌이와 관련된 이들이 다수를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호텔에 출입하는 내국인들은 뭔가 특별한 사람들일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났고, 이는 ‘호텔’에 대한 동경이 생겨나도록 했습니다. 이는 법령에 따라 호텔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업소들까지 명칭에 호텔을 사용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한편, 최근에는 호텔업으로 등록한 경우 명칭에 호텔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 또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호텔이 외국인을 위한 숙박업소라는 인식은 아직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간 정부의 지원 정책으로 성장 및 관리되어 온 ‘호텔’은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다른 유형의 숙박업소에 비해 통계 데이터를 충실하게 축적해 왔습니다. 그리고, 호텔 통계 데이터가 인용되는 경우 대부분 외국인 방문객 통계와 함께 인용됩니다. 실제로 외국인 방문객들의 수요가 가장 많이 흡수되는 숙박업소는 호텔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호텔 통계가 우리나라 숙박시장 전체를 대변하는 것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202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숙박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내국인 숙박객수가 전체의 80% 수준에 이르는 반면, 호텔의 객실수는 전체의 15% 수준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