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숙박업 = 부동산업 + 서비스업
우선, 부동산을 포함하는 비유동자산이 숙박업 전체 자산에서 대략 75%를 차지합니다. 즉 숙박업 투자를 부동산에 대한 투자로 볼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부동산업, 특히 임대수익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상업용 부동산업이 공간 상품을 짧게 1년에서부터 길게 15년 이상에 이르는 기간 단위로 유통하는 것과 달리 숙박업은 하루 단위로 공간 상품을 유통합니다. 게다가 일반적인 상업용 부동산에 비해 인건비 등의 고정비용 지출이 큽니다. 즉 숙박업이 창출하는 현금흐름은 오히려 도소매업 같은 서비스업의 현금흐름에 가까운 패턴을 보입니다.
상업용 부동산이 매력적인 이유는 현금흐름의 안정성과 차익의 극대화가 적절하게 조합되어 있는 중위험 중수익 자산군이이기 때문입니다. 현금흐름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채권, 차익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주식 투자가 더욱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극단적으로 차익에 초점을 둔 암호화폐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얻기도 했습니다만, 1920년대 대공황 이후에는 위험과 기대수익에 따라 자산을 배분하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정석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리고 부동산은 이러한 자산배분에 있어 균형추 역할을 합니다.
2. 자산가치 하락보다 눈에 띄는 현금흐름 하락
자산가치의 경우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확정이 어려운 반면, 현금흐름의 경우 실시간으로 체감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에 신축 오피스가 늘더라도 자산가치에 대한 영향을 구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반면, 기존 오피스에서 임차인이 한꺼번에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발등의 불이 됩니다. 물론 오피스에서 이러한 상황의 발생 빈도가 높지 않을 뿐더러, 해결 방법 또한 그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숙박시설에서는 이러한 현금흐름의 변동성이 일상이며, 그 변동의 원인에 따라 해결 방법 또한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 유럽 일부, 일본 등의 시장과 다르게 우리나라 숙박시설들의 경우 더 많은 변수가 작용합니다. 우선, 객실 매출보다 변동성이 크고 원가율도 높은 부대시설 매출의 비중이 높습니다. 그리고, 객실 매출과 부대시설 매출은 서로 다른 패턴으로 움직입니다. 객실 매출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외국인 수요 의존도가 높고, 가격 민감도가 높은 저가 수요에 밀집되어 있습니다. 즉 다른 시장들에 비해 훨씬 증폭된 변동성을 보입니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 오피스 실질 임대료 연 성장률의 평균은 1.4%, 표준편차는 3.6%였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호텔 판매객실당 총매출의 연 성장률의 평균은 0.8%, 표준편차는 19.2%였습니다.
3. 현금흐름의 방향이 결정하는 자산가치의 방향
상업용 부동산으로 분류되는 오피스와 숙박시설의 자산가치는 자산으로부터 창출되는 현금흐름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를테면, 임대료 등의 매출에서 운영비용을 차감한 현금흐름에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하여 자산가치로 환원하는 것입니다. 다만, 변동성이 큰 숙박시설의 현금흐름을 자산가치로 환원하는 데 사용되는 할인율에는 일정 수준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더해집니다. 즉 같은 현금흐름을 창출했을 때 오피스보다 숙박시설의 자산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것입니다.
2021년 1분기 미국의 호텔의 오피스 대비 리스크 프리미엄은 대략 2.0% 수준이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의 자산가치 평가에 가장 손쉽게 활용되는 할인율인 자본환원율(capitalization rate)을 보면, 오피스가 6.6%였고 호텔은 8.6%였습니다. 즉 오피스와 호텔이 똑같이 연 100억원의 순영업이익을 창출한다고 했을 때, 오피스의 자산가치는 100억원 / 6.6% = 1,515억원, 호텔의 자산가치는 100억원 / 8.6% = 1,163억원이 되는 것입니다. 2.0%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호텔의 자산가치를 352억원 디스카운트하는 셈입니다.
4. 현금흐름의 변동성과 자산가치의 상관관계
여기에는 심리적인 불안감보다 더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규모가 큰 상업용 부동산은 자기자본 뿐만 아니라 타인자본, 즉 대출을 받아 매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대출에 대한 이자는 대체로 일정하거나 달라지더라도 그 변동이 크지 않습니다. 문제는 자산으로부터 창출되는 현금흐름이 지급해야 하는 대출 이자보다 적은 경우에 발생합니다. 채무불이행이 길어지면 소유권이 넘어가게 될 수 있기 때문에, 현금흐름의 변동성과 무관하게 일정한 수준의 지급능력(solvency)을 항상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금흐름의 변동성이 클수록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지급능력에 대한 요건 또한 엄격해집니다.
현금흐름의 변동성이 크지 않은 오피스와 달리, 숙박시설의 경우 지급능력 요건 충족이 만만치 않습니다. 숙박시설의 경우 단순히 공간 상품만을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가 복합된 상품을 유통하기 때문에 재료비나 인건비 같은 운영비용의 부담이 큽니다. 즉 대출이자를 지급하기 전에 인건비 같은 운영비용의 지급능력에 먼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운전자본은 이러한 지급능력 관리를 위해 필요한 현금성 자산을 의미합니다. 쉽게 얘기하면, 받아야 되는 돈이 들어오기 전에 지급해야 하는 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일정한 여유자금을 보유하는 것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매출이 감소할수록 운전자본에 대한 부담은 증가합니다. 그리고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충분치 않을 경우 다른 곳에서 추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로빈 대시보드에서는 2005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 숙박시설의 매출과 운영비용 뿐만 아니라 지역 및 유형별로 세분된 자산가치와 운전자본 동향 데이터가 제공됩니다. 그리고 관련 거시경제 지표가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단순하게 리스크의 패턴 뿐만 아니라 원인까지 함께 진단할 수 있습니다.